이런 말이 있다.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밤에 난다." 무슨 철학 서적에 나온 말이라고 하는데 어느 책에 나오는지, 그리고 정말로 나오는지 안나오는지는 모르겠고, 철학자 헤겔이 『법철학』의 서문에서 한 말(딱님 제보, 10월 14일)이라고 한다. 필자는 만화책을 통해 알게 된 말이다. 지식 습득 수단이 중요한게 아니라 얻은 지식이 쓸모가 있는지, 정확한 지식인지가 중요한 것 아니겠나. 

  갑자기 삼천포로 빠졌는데,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밤에 난다."는 말이 무슨 말이냐 하면, 여러가지 사건들은 낮에 발생하고, 밤이 되어서야 그 사건을 통해 교훈을 얻거나, 대응 방안을 생각한다는 뜻이다. 쉽게말해 무슨 일이든 일어나기 전까지는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모른다는 말이다. 학문이 현실에 뒤쳐지는 것에 대한 경계라는 뜻도 있고. 이정도 말하면 대충 어떤 의미인지 감이 왔을 것이다.

  여기서 미네르바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전쟁, 시, 의술, 지혜, 상업, 기술, 음악의 여신(로마 신화에서는 아테나)이다. 몇년 전 인터넷을 달궜던 '미네르바'가 아니고. 그리고 올빼미는 미네르바의 상징이자 지혜의 사자로서, 올빼미가 난다는 것은 지혜를 얻는다는 말이다.


이분이 바로 지혜와 전쟁의 여신 미네르바(Elihu Vedder(1836~1923) 그림, 미국 의회도서관 소장 작품). 

  왜 갑자기 미네르바의 올빼미가 어쩌구 하는 이야기를 하냐면 억울해서 그렇다. 억울하고 화가 나서.

  최근 인터넷과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사건이 있다. 소설과 영화 "도가니"로 재조명된 바로 그 사건 말이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다른 곳에 많은 정보가 있을테니 다루지는 않겠다. 괜히 또 써봤자 기분만 나빠질거고. 

  이게 왜 미네르바 어쩌구와 관련이 있냐면, 오늘 뉴스를 보니까 장애인에 대한 성폭행 사건의 경우 친고죄 규정을 폐지한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광주인화학교를 폐교한다고 했던 것 같았는데 확실한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도가니 사건이 터진건 2005년이고 지금은 2011년이다. 무려 6년이나 지났다. 6년이나 지나고 나서 시민들이 분노하니까 법을 개정하는 등 부랴부랴 불을 끄고 있다. 만약, 이 사건이 소설과 영화로 재조명되지 않았다면 이렇게 나왔을까?

  아무리 미네르바의 올빼미가 밤에 난다고 하지만 해도해도 너무하다. 6년이란 시간이 지나고 나서 법을 개정하겠다는건 밤이 아니라 동틀녘에 날기 위해 날개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도가니 탓인지 장애인을 성폭행한 사건에 대해 1심에서 선고한 징역 2년 6월을 깨고 항소심에서 징역4년을 선고했다고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징역 4년도 너무 짧다.

   이렇게 늦게라도 날개짓을 해줘서 다행이긴 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밤이 오기 전에, 한 초저녁쯤에 날개짓을 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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